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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34

[법정 스님] 마음의 주인이 되라 1편부터 35편(마지막편)까지 이제 다 끝났습니다. 읽고 그냥 잊는것이 아니라 뭔가 얻는게 있으셨다면 좋겠네요 ^^ 2010. 3. 16.
무소유 (35) 불교의 평화관 1. 친선경기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사실상 전쟁 상태에 놓여 있는 우리 현실을 돌아볼 때에 불안의 그림자는 이 구석 저 구석에 도사리고 있다. 정치를 업으로 삼고 있는 세계의 헤비급 챔피언들이 지구가 좁다는 듯이 사방으로 분주하게 뛰고 내닫는 것도 오로지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상에서는 단 하루도 싸움이 종식된 날이 없다. 인간은 왜 싸워야 하는가? 싸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도록 돼먹은 존재인가? 인간이 잘 살기 위해 마련한 기술 문명이 사상 유례 없이 달에까지 치솟게 된 오늘날, 인간의 대지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살육의 피비린내가 날로 물씬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사회 구조는 어딘가 잘못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곧잘 다.. 2010. 3. 16.
무소유 (34) 나의 애송시 심심 산골에는 산 울림 영감이 바위에 앉아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청마(靑馬) 유치환의 이라는 시다. 시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내 생활의 영역에 물기와 탄력을 주는 이런 언어의 결정을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턴가 말년을 어떻게 보낼까를 생각했다. 새파란 주제에 벌써부터 말년의 일이냐고 탓할지 모르지만, 순간에서 영원을 살려는 것이 생명 현상이다. 어떤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현재를 풍성하게 가꾸어 주는 수가 있다. 심산은 내게 상상의 날개를 주어 구만리 장천을 날게 한다. 할 일 좀 해놓고 나서는 세간적인 탈을 훨훨 벗어버리고 내 식대로 살고 싶다. 어디에도 거리낄 것 없이 홀가분하게 정말 알짜로 살고 싶다. 언젠가 서투른 붓글씨로 심산을 써서 머리맡에 붙여 놓.. 2010. 3. 16.
무소유 (33) 소음기행 오늘날 우리들의 나날은 한마디로 표현해 소음이다. 주간지, 라디오, 텔레비젼 등 대중 매체는 현대인들에게 획일적인 속물이 되어 달라고 몹시도 보챈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입술에서도 언어를 가장한 소음이 지칠 줄 모르고 펑펑 쏟아져 나온다. 무책임한 말들이 제멋대로 범람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진정한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시장이나 전장에서 통용됨직한, 비리고 살벌한 말뿐이다. 맹목적이고 범속한 추종은 있어도 자기 신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현대인들은 서로가 닮아간다. 동작 뿐 아니라 사고까지도 범속하게 동질화되고 있다. 다스리는 쪽에서 보면 참으로 편리할 것이다. 적당한 물감만 풀어놓으면 우르르 몰려들어 허우적거리는 무리를 보고 쾌재를 부를 것이다. 소음에 묻혀 허우적거리는.. 2010. 3. 16.
무소유 (31) 아름다움 - 낯모르는 누이들에게 이 글을 읽어 줄 네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슬기롭고 아름다운 소녀이기를 바라면서 글을 쓴다. 슬기롭다는 것은 그 사실만 가지고도 커다란 보람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종로에 있는 제과점에 들른 일이 있다. 우리 이웃 자리에는 여학생이 대여섯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애들이 깔깔거리며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는 슬퍼지려 했다. 그 까닭은, 고1이나 2쯤 되는 소녀들의 대화치고는 너무 거칠고 야한 때문이었다. 우리말고도 곁에는 다른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그 애들은 전혀 이웃을 가리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더구나. 그리고 말씨들이 어찌나 거친지 그대로 듣고 있을 수 없었다. 말씨는 곧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또한 그 말씨에 의해서 인품을 닦아갈 수도 있는 거.. 2010. 3. 16.
무소유 (30) 살아 남은 자 요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 만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푸는 것이다. 어제는 건너 마을 양계장에서 계분을 사다가 우리 다래헌(茶來軒) 둘레의 화목에 묻어주었다. 역겨운 거름 냄새가 뿌리를 거쳐 줄기와 가지와 꽃망울에 이르면 달디단 5월의 향기로 변할 것이다. 대지의 조화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봄의 흙 냄새를 맡으면 생명의 환희 같은 것이 가슴 가득 부풀어오른다. 맨발로 밟는 밭흙의 촉감, 그것은 영원한 모성이다. 거름을 묻으려고 흙을 파다가 문득 살아남은 자임을 의식한다. 나는 아직 묻히지 않고 살아 남았구.. 2010. 3. 16.
무소유 (29) 상면 아무개를 아느냐고 할 때 "오, 그 사람? 잘 알고 말고. 나하곤 막역한 사이지. 거 학창시절엔 그렇고 그런 친군데...... ." 하면서 자기만큼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으시대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남을 이해한다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다양하고 미묘한 심층을 지닌 인간을 어떻게 다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인간은 저마다 혼자다. 설사 칫솔을 같이 쓸 만큼 허물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는 결국 타인이다. 아무개를 안다고 할 때 우리는 그의 나타난 일부밖에 모르고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데서 우리는 불쑥 그와 마주칠 때가 있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이 때로는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이. 나는 적연 선사(寂然禪師)를 생전에 뵌 일이 없다. 내가 .. 2010. 3. 16.
무소유 (28) 아직도 우리에겐 6월이 장미의 계절일 수만은 없다. 아직도 깊은 상흔이 아물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는, 카인의 후예들이 미쳐 날뛰던 6월, 언어와 풍습과 핏줄이 같은 겨레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피를 흘리던 악의 계절에도 꽃은 피는가. 못다 핀 채 뚝뚝 져 버린 젊음들이, 그 젊은 넋들이 잠들어 있는 강 건너 마을 동작동. 거기 가보면 전쟁이 뭐라는 걸 뼈에 사무치도록 알게 된다. 그것도 남이 아닌 동족끼리의 싸움, 주의나 사상을 따지기 앞서 겨레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전쟁의 상처가 강 건너 마을만큼이나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6월이 오면 하루나 이틀쯤 겨우 연중 행사로 모였다가 흩어지고 마는 가벼운 기억들, 전장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그들이 남긴 마지막 발음이 무엇이었던가를 우리는 까맣게 잊.. 2010. 3. 16.
무소유 (27) 본래무일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룰 때 사람들은 느긋한 기지개를 켠다. 동시에 우리들이 겪는 어떤 성질의 고통은 이 물건으로 인해서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중에도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물건 자체에서보다도 그것에 대한 소유 관념 때문이다. 자기가 아끼던 물건을 도둑맞았거나 잃어 버렸을 때 그는 괴로워한다. 소유 관념이란 게 얼마나 지독한 집착인가를 비로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의 사람들은 물건을 잃으면 마음까지 잃는 이중의 손해를 치르게 된다. 이런 경우 집착의 얽힘에서 벗어나 한 생각 돌이키는 회심回心의 작업.. 201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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