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3월 23일 80대 중반에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언제 가는 이런 날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힘드네요.
보모님이 2011년 호주에 오신 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부모님과 같이 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오랜 시간 부모님과 같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니깐요. 2019년쯤부터 아버지 몸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그냥 나이를 드셔서 그렇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시간을 조금씩 줄이면서 부모님 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정적 문제는 형이 부담을 했기 때문에 더 쉽게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힘든 시간 같이 지내고 이제 조금 살만해지니깐 이렇게 되서 가슴이 아프고 참 먹먹합니다. 살만하면 꼭 이렇게 되죠? 집에서 2주 동안 힘드셨을 때 이틀 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셨을 때 조금 더 대처를 잘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아프시다고 할 때 그냥 별일 아니겠지라고 생각했고 병원에 안 가신다고 계속 버티면서 아픈 걸 참고 계셨을 때 아버지께 화도 냈었는데 생각해 보면 아버지도 병원에 가면 못 나오실생각에 조금 더 집에 있고 싶어서 그렇게 아픈 걸 견디셨던 게 아닐까 생각이 돼서 또 한 번 가슴이 메어지네요.
응급차 타고 병원에 가셨을 때까지만 해도 2-3일 입원하고 퇴원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의사들이 와서 검사하고 아픈 아버지 앞에서 웃으면서 동료 의사와 장난치는 듯 얘기하길래 별일 아니니깐 그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심장에 이상이 있고 다음날 스텐트 시술한다고 말을 들었는데 입원 첫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계속 가슴 통증이 잡히지 않아서 새벽에 응급수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었는데 갑자기 담당 의사가 와서 연세가 많고 폐에 염증도 있고 해서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마음에 준비를 하라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저는 패닉 어택이 와서 숨을 쉬기 힘들고 어지러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젊은 사람이거나 조금 더 건강하셨다면 아마 지금쯤 수술 잘 마치고 집에 있으셨겠죠. 솔직히 이번에 경험해 보니 호주 의료제도는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의사들도 간호사들도 최선을 다해서 진료했다고 생각하지만 첫날 담당 의사라는 사람이 아픈 환자를 앞에 두고 동료와 웃으면 장난치듯이 애기한건 아직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네요.
또 아버지가 매번 말씀하셨던 병원가면 이것저것 실험 당하다가 죽게 될 거라고 평상시에 죽어도 집에서 죽지 병원 가서 죽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 그리고 진짜 그 말대로 이주사 저주사 놓고 링켈 놓고 마지막에 아버지 말대로 그렇게 병원 실험 대상이 돼 가면서 돌아가시게 된 거 같아서 참 씁쓸합니다. 그래도 병원에서 통증은 어느 정도 잡혀서 편안하게 가셨을 거라 생각돼요. 첫날에 모르핀 3대나 맞고도 통증이 안 잡혀서 계속 아프다고 하셨거든요. 그동안 얼마나 아프셨을지 ㅠ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 또 많은걸 느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직접 겪은 게 아니면 절대적인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걸 말이죠.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 행동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행동을 보면서... 물론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충분이 이해가 가고 저도 예전에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위로를 전하는 사람들 중에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아버지 80대중반이시면 그래도 살만큼 살다가 가신 거라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말었습니다. 물론 위로의 말이고 더 일찍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80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고 말하는 거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족이 90살까지 살아도 100살까지 살아도 죽음이란 건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인 거 같습니다. 이럴 때는 그래도 오래 사셨다 그러니깐 슬퍼하지 말라는 말보다 그냥 아픔을 같이 옆에서 느껴주고 동감해 주면 그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정이란 게 장례식 전까지는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별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어디서 장례 끝나고 나면 더 힘들다 말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진짜 그 말이 맞네요. 아버지 방에 아직 물건이 그대로 있고 가만히 있으면 아버지 생각이 자꾸 나서 낮시간에는 드라마나 영화나 이것저것 쓸 때 없는 거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저녁에 돼서 자려고 누우면 아버지가 2주 동안 아프셨을 때 했던 말들이나 제가 더 잘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그리고 병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가슴도 너무 아프고 머리도 터져버릴 거 같습니다. 하지만 또 생각 안 하면 아버지와 이런 추억마저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릴 거 같아서 두렵고.... 이런 복잡한 마음이 언제쯤 진정이 될지 ㅠㅠ.
너무 힘들어서 커뮤니티 같은곳에 글을 써서 물어볼까라고 생각하다가 오늘 아침에 우연히 다음 기사에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두 자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둘 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댓글에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둘이서 같이 모시고 살 정도로 어머니가 전부였을 두 자매에 자살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저 두 자매분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먹으면 부모와 독립을 해서 살아갑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 사는 사람도 있고 가까이 지내지만 따로 떨어져 사는 사람도 있고 가끔만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연락 안 하는 사람도 있겠죠. 이렇게 보모와의 거리와 친밀도에 따라서 슬픔의 크기와 지속 기간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한거니 누구나 이런 아픔은 한 번쯤은 겪어 봤을 테고 내 아픔이 다른 사람의 아픔보다 크지 않을 테고 다른 사람의 아픔이 내 아픔보다 적지 않겠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자기가 겪은 슬픔을 표출하지 않고 그걸 안고 생활하고 있겠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삶의 의미가 없어져버린 지금..하루하루 시간 때우는거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기분이 조금이라도 사라질수 있을지 알수 없지만 슬픔을 안고 참으면서 살아야겠죠. 누구 말대로 시간이 약이 될지.. 아니면 슬픔에 익숙하게 될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감정을 남겨두고 싶어 글을 작성해봅니다.
P.S.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돌아가신후에 장례식 끝나자마자 이것저것 취미생활하면서 지내는 사람들, 여행가는 사람들, 밖에서 사람들 만나고 돌아다니는사람들을보면서 엄청 슬플텐데 어떻게 저렇게 할수 있을까? 엄청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겪어보니 그냥 집에 가만이 있으면 아버지 생각이 더 나서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서 하루종일 영화를 보거나 할것없어도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게 된다는걸 알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잠이 진짜 엄청 쏟아질때까지 이것저것 쓸때 없는 영화나 영상보다가 잠자리에 가는데 그냥 일찍 잘려고 누우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나서 제일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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