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Nonpossession (무소유)39 [법정 스님] 삶에는 정답이 없다 삶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삶에서의 그 어떤 결정이라도 심지어 참으로 잘한 결정이거나, 너무 잘못한 결정일지라도, 정 답이 될 수 있고, 오답도 될 수 있는 거지요 참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답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고 다니는 것이 습(習)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모두가 정답이 될 수도 있고 모두가 어느 정도 오답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자나온 삶을 돌이켜 후회를 한다는 것은 지난 삶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정답이 아니었다고 분별하는 것입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가 정확히 내 자리가 맞습니다 결혼을 누구와 할까에 무슨 정답이 있을 것이며 대학을 어디를 갈까에 무슨 정답이 있겠고, 어느 직장에 취직할까에 무슨 .. 2010. 3. 16. 무소유 (30) 살아 남은 자 요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 만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푸는 것이다. 어제는 건너 마을 양계장에서 계분을 사다가 우리 다래헌(茶來軒) 둘레의 화목에 묻어주었다. 역겨운 거름 냄새가 뿌리를 거쳐 줄기와 가지와 꽃망울에 이르면 달디단 5월의 향기로 변할 것이다. 대지의 조화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봄의 흙 냄새를 맡으면 생명의 환희 같은 것이 가슴 가득 부풀어오른다. 맨발로 밟는 밭흙의 촉감, 그것은 영원한 모성이다. 거름을 묻으려고 흙을 파다가 문득 살아남은 자임을 의식한다. 나는 아직 묻히지 않고 살아 남았구.. 2010. 3. 16. 무소유 (29) 상면 아무개를 아느냐고 할 때 "오, 그 사람? 잘 알고 말고. 나하곤 막역한 사이지. 거 학창시절엔 그렇고 그런 친군데...... ." 하면서 자기만큼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으시대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남을 이해한다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다양하고 미묘한 심층을 지닌 인간을 어떻게 다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인간은 저마다 혼자다. 설사 칫솔을 같이 쓸 만큼 허물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는 결국 타인이다. 아무개를 안다고 할 때 우리는 그의 나타난 일부밖에 모르고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데서 우리는 불쑥 그와 마주칠 때가 있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이 때로는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이. 나는 적연 선사(寂然禪師)를 생전에 뵌 일이 없다. 내가 .. 2010. 3. 16. [법정 스님] 茶禪一味(다선일미) 【1】 몇해 전 덕수궁에서 한 개인이 수집한 것으로 이 열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소당(小塘) 이재관(李在寬)이 그린 화평하고 예절있고 맑고 고요한 분위기여야 한다는 것. 따 라서 차맛을 진짜로 알게 되면 『화경청적』의 덕이 곧 그 사람의 인품으로까지 배이게 될 것이다. 차를 즐겨 드는 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바지만 함께 마시는 사람의 수가 적어야 차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객(客)이 많으면 시끄러워지고 차의 은은한 매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초의선사(艸衣禪師.1786∼1866)도 그의 에서 밝히고 있다. 『차를 마시는 법은 객이 많으면 수선스럽고 수선스러우면 아늑한 정취가 없어진다. 홀로 마시면 신묘하고, 둘이서 마시면 좋고, 서넛이 마시면 유쾌하고, 대여섯이 마시면 덤덤하고, 칠팔인이 마.. 2010. 3. 16. 무소유 (28) 아직도 우리에겐 6월이 장미의 계절일 수만은 없다. 아직도 깊은 상흔이 아물지 않고 있는 우리에게는, 카인의 후예들이 미쳐 날뛰던 6월, 언어와 풍습과 핏줄이 같은 겨레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피를 흘리던 악의 계절에도 꽃은 피는가. 못다 핀 채 뚝뚝 져 버린 젊음들이, 그 젊은 넋들이 잠들어 있는 강 건너 마을 동작동. 거기 가보면 전쟁이 뭐라는 걸 뼈에 사무치도록 알게 된다. 그것도 남이 아닌 동족끼리의 싸움, 주의나 사상을 따지기 앞서 겨레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전쟁의 상처가 강 건너 마을만큼이나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6월이 오면 하루나 이틀쯤 겨우 연중 행사로 모였다가 흩어지고 마는 가벼운 기억들, 전장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그들이 남긴 마지막 발음이 무엇이었던가를 우리는 까맣게 잊.. 2010. 3. 16. 무소유 (27) 본래무일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물건과 인연을 맺는다. 물건 없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것도 물건과의 상관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적인 욕구가 물건과 원만한 조화를 이룰 때 사람들은 느긋한 기지개를 켠다. 동시에 우리들이 겪는 어떤 성질의 고통은 이 물건으로 인해서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중에도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물건 자체에서보다도 그것에 대한 소유 관념 때문이다. 자기가 아끼던 물건을 도둑맞았거나 잃어 버렸을 때 그는 괴로워한다. 소유 관념이란 게 얼마나 지독한 집착인가를 비로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의 사람들은 물건을 잃으면 마음까지 잃는 이중의 손해를 치르게 된다. 이런 경우 집착의 얽힘에서 벗어나 한 생각 돌이키는 회심回心의 작업.. 2010. 3. 16. 이전 1 2 3 4 5 ···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