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동서의 시력1 무소유 (13) 동서의 시력 내 몸이 성할 때는 조금도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앓게 되면 육신에 대한 비애를 느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모른 체했다가, 조금 지나서는 큰 마음 먹고 약국에 들른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그토록 무거운 병원 문턱을 들어설 때 그 비애를 느낀다. 진찰권을 끊고 차례를 기다리며 복도에 앉아있는 그 후줄근한 시간에는 내 육신이 사뭇 주체스러워진다. 의사를 대했을 때 우리는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된다. 재작년이던가, 눈이 아파 한동안 병원엘 드나든 적이 있었다. 그 무렵 성전 간행 일로 줄곧 골몰했더니 바른쪽 눈이 충혈되고 찌뿌드드해 무척 거북스러웠다. 안약을 넣어도 듣지 않았다. 미적미적 미루다가 하루는 마음을 크게 먹고 신문에 자주 나오는 안과를 찾아갔다. 나처럼 서투르고 어설픈 사람이.. 2010. 3. 1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