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살아 남은 자1 무소유 (30) 살아 남은 자 요며칠 사이에 뜰에는 초록빛 물감이 수런수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해 가을 이래 자취를 감추었던 빛깔이 다시 번지고 있다. 마른 땅에서 새 움이 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 만하다. 없는 듯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어느새 제철을 알아보고 물감을 푸는 것이다. 어제는 건너 마을 양계장에서 계분을 사다가 우리 다래헌(茶來軒) 둘레의 화목에 묻어주었다. 역겨운 거름 냄새가 뿌리를 거쳐 줄기와 가지와 꽃망울에 이르면 달디단 5월의 향기로 변할 것이다. 대지의 조화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봄의 흙 냄새를 맡으면 생명의 환희 같은 것이 가슴 가득 부풀어오른다. 맨발로 밟는 밭흙의 촉감, 그것은 영원한 모성이다. 거름을 묻으려고 흙을 파다가 문득 살아남은 자임을 의식한다. 나는 아직 묻히지 않고 살아 남았구.. 2010. 3. 1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