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신시 서울1 무소유 (26) 신시(神市) 서울 한동안 뜸하던 꾀꼬리 소리를 듣고 장마에 밀린 빨래를 하던 날 아침 우리 다래헌에 참외 장수가 왔다. 노인은 이고 온 광주리를 내려놓으면서 단 참외를 사 달라는 것이다. 경내에는 장수들이 드나들 수 없는 것이 사원의 규칙으로 되어 있지만, 모처럼 찾아온 노인의 뜻을 거절할 수 없어 일금 40원을 주고 두 개를 샀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돈을 받아 쥔 노인은 돈에 대고 퉤퉤 침을 뱉는 것이 아닌가. 그 표정이 하도 엄숙하기로 차마 연유를 물어볼 수 없었다. 며칠 후, 일주문 밖에서 그 참외 장수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왜 돈에 침을 뱉었느냐 물으니 그 날의 마수걸이여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 팔리더냐고 했더니 아주 재수가 좋았다 한다. 그때 돈에 침을 뱉던 그 엄숙한 표정과 비슷한 모습을.. 2010. 3. 1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