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흙과 평면 공간1 무소유 (11) 흙과 평면 공간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이 말은 근대화에서 소외된 촌락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에 담을 수 있는 오늘의 속담이다. 우리 동네에서 뚝섬으로 가는 나루터까지의 길도 그러한 유형에 속하는 이른바 개발 도상의 길이다. 이 길은 몇 해 전만 해도 산모퉁이며 논길과 밭둑길이 있어 사뭇 시골길의 정취가 배어 있었다. 그런데 무슨 지구 개발인가 하는 바람에 산이 깎이고 논밭이 깔아뭉개지더니 그만 허허벌판이 되고 말았다. 물 빠질 길도 터놓지 않아 비가 오거나 눈이 녹으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이 길을 다니는 선량한 백성들은 당국에 대한 불평도 한 마디 없이 묵묵히 오고간다. 가히 양같이 어진 백성들이라 할 만하다. 이제 이 길에 얼음이 풀리니 장화를 신고도 발을 떼어놓기가 어렵다... 2010. 3. 1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