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비독서지절1 무소유 (3) 비독서지절 추석을 지나면서부터 요즘의 날씨는 낮과 밤을 가릴 것 없이 전형적인 가을이다. 이토록 맑고 쾌적한 하늘 아래서 사람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무 아래서 그저 서성거리기만 해도,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만 내다보아도 내 핏줄에는 맑디 맑은 수액이 돈다. 장미 가시에 손등을 찔려 꼬박 한 달을 고생했다. 내 뜻대로 움직여 주던 손에 탈이 나니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독일의 그 릴케를 생각하고 때로는 겁도 났었지만, 모든 병이 그러듯이 때가 되면 낫는다. 밀린 옷가지를 이제는 내 손으로 빨 수 있게 됐으니 무엇보다 홀가분하다. 오늘처럼 맑게 갠 날은 우물가에 가서 빨래라도 할 일이다. 우리처럼 간단명료하게 사는 '혼자'에게는 이런 일은 일거양득이 된다. 이 쾌청의 날씨에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2010. 3. 16. 이전 1 다음 반응형